옵/신 스페이스는 미래의 예술 생태계를 위한 공간이다. 올해는 북페어, 워크숍, 포커스, 비평 프로그램으로 그 문을 연다.
옵/신 스페이스는 미래의 예술 생태계를 위한 공간이다. 올해는 북페어, 워크숍, 포커스, 비평 프로그램으로 그 문을 연다.
옵/신 스페이스: 비평은 예술, 정치, 경제,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대를 날카롭게 관찰하는 다음 세대 비평가를 소개하고 예술 생태계 속 비평의 역할을 재고한다. 비평을 위한 비평, 상호 인정을 위한 비평보다는 이 사회를 비평적으로 보기 위해 필요한 관점에 주목하고 그러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장을 연다.
[1] 정강산 문화와 적대: 절대 자본주의에서 긍정적 문화의 양상들에 관하여 13:00-14:15
오늘날 문화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달리말해 문화는 과대한 동시에, 과소하다. 60년대를 기점으로 가속화되어 온 후기 자본주의의 체계적 확장은 문화를 가치사슬의 핵심 영역으로 전유해냈으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긍정적 문화’의 심화된 양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경험의 양태, 아방가르드의 조건, 혹은 비평의 가능성과 관련된 쟁점이기도 하다. 본 발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적대의 상실’로 규정하며, 그 동시대적 관철 방식과 함의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안준형 3D 그래픽 이미지의 물성과 미적 사용에 관해서 14:30-15:45
컴퓨터 게임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3D 그래픽 이미지의 물성과 형태를 살펴보고, 최근 몇 년간 동시대 미술 영역에서 또한 심심치 않게 마주쳤던 3D 그래픽한 이미지들의 미적 쓰임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3] 김신우 포스트포드주의 조건 속 춤의 잠재성에 관하여 16:00-17:15
1990년대 중반,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컨템포러리 댄스는 강력한 정치적 추동을 지닌 흐름이었다. 재현 체계를 통해 재생산되는 무용의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 움직임과 표현에 종속되었던 무용수의 몸을 정치적 주체로 복권하는 작업이 전개되었다. 무용수, 신체, 움직임처럼 무용의 당연한 구성요소로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무용이 지녔던 정치성은 여전히 유효한가? 본 발표는 동시대 무용이 포스트포드주의 사회의 여러 양상과 결탁하며 자본주의 주체성을 재생산하는 기계가 되어 가고 있음을 주시하고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춤의 잠재성은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본다.
정강산
독립연구자. 예술, 정치, 사회, 경제 등의 제 학제를 자본주의 생산양식과의 관계 하에서 맥락화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 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트인컬쳐>, <미술세계>, <퍼블릭아트>, <옵신>, <진보평론>, <뉴래디컬리뷰> 등에 기고했고, 대표 논문으로 “기억의 과잉, 역사의 과소, 아디오스 프루스트”, “생산 혹은 재생산을 위한 인지적 지도 그리기”, “사라지지 않는 지표로서의 생산양식” 등이 있다.
안준형
최근에는 게임 매체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게임 미디어의 정치성 및 이미지의 재현 체계와 주체의 문제에 대해 비평적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다. 아티스트 폴리티컬 파티 ‘배드 뉴 데이즈’와 마르크스주의 기반 연구기관 ‘조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신우
페스티벌 봄, 부산국제영화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에서 프로그래밍 어시스턴트와 프로듀서로 일했다. 현재 옵/신 페스티벌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통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1] 이민주 보관된 노동, 지불하는 몸
시각예술 퍼포먼스와 공연예술계에서의 춤의 양상을 살피고 미술관에서 퍼포먼스를 소장하는 과정 중 거래되는 몸을 다룬다. 나아가 미술관의 시간성 안에서 신체의 움직임이 노동의 형태로 환원되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2] 용선미 구멍 뻥 뚫린 그 세계가 사실 나 자신의 구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코로나19 사태 전 미국 뉴욕에서 거주할 당시 퍼포먼스 이론을 공부하고 또 숱한 퍼포먼스를 관람하면서 목격한 흑인 연구(black studies)와 퀴어 연구(queer studies)를 (아주 표면적일지라도) 꺼내 봄으로써 ‘서양 백인 헤테로 남성’으로 대별되는 기존 미술 환경에 퍼포먼스 매체 및 이론이 개입한 이후 만들어진 지금의 뉴욕을 랄프 레몬, 포프 엘, 줄리아 헉스터블, 우 챙, 자콜피 새터화이트 등의 예시들과 함께 살펴본다.
[3] 백종관 이미지-장소에서, ‘단순한 마음’으로
우리가 마주치는(전시/공연 관람 경험을 포함하여) 이미지들이 어떻게 생성되어 어디에 위치 되는지의 양상을 검토하고, 보는 행위자까지의 중계-유통 과정이 가공하고 왜곡하는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민주
서양화와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이곳 저곳에 글을 기고하면서 전시를 꾸린다. 퍼포먼스와 퍼포먼스 도큐멘테이션의 관계를 짚은 《동물성 루프》(공-원, 2019)를 공동 기획,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미학성과 정치성을 조명한 《논캡션 인터뷰》(의외의조합, 2021)를 기획했다. 제5회 GRAVITY EFFECT 미술비평공모 2위를 수상한 바 있으며 이미지연구공동체 반짝과 비평/연구 플랫폼 마코에서 활동중이다. 지금은 VR 전시 《케미컬X》를 준비하면서 기술에서 발생하는 퍼포머티비티와 이미지의 상관 관계를 연구중이다.
용선미
국내에서 미디어와 미술사를, 미국 뉴욕에서 퍼포먼스를 공부했다.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며 사회의 틈 속 미세한 움직임과 일상적인 제스처에 관심을 갖고 이를 주제로 국내외 예술가, 기획자와 다양한 협업 및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최근에 기획한 전시로는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a part of your revolution》(d/p, 2022)와 《비록 춤일지라도 Though We Dance》(공동 기획, 코스모40, 2021), 《링거링거링》(인사미술공간, 2020) 등이 있으며 번역서 『퍼포먼스 퍼포먼스』(나선프레스, 2021)를 냈다.
백종관
심리학과 영화를 전공했고, 리서치와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 영상 제작과 이미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등을 수상했고, 극장 상영, 전시 설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외 여러 장소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jongkwanpaik.com
옵/신 스페이스: 워크숍에서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고 있는 국제적인 예술가들의 사유를 이해하고 그의 예술 언어를 함께 배워 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예술가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며 구체적인 관점, 형식, 방법론을 공유한다.
오늘날 국제 무용 담론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스웨덴의 안무가 마텐 스팽베르크가 방한하여 한국의 퍼포머들과 함께 옵/신 페스티벌 2021에서 선보이게 될 신작을 제작한다. 스팽베르크는 점점 자기복제, 동어반복이 되어가고 있는 “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작품에서 그 방법론을 전개하고 있다. 11월 둘째 주 선보이게 될 신작에서는 “황혼”을 키워드로 밤도 낮도 아닌 경계의 지대에서 우발적으로 잠재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춤의 역량을 모색한다. 일련의 선정 과정을 통해 결정된 총 8명의 퍼포머는 3주간 스팽베르크와 작품을 완성한 뒤 공연한다.
마텐 스팽베르크는 건축, 시각예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무용 이론가다. 확장된 영역에서의 안무, 다양한 형식과 표현을 통한 안무의 실험적 실천 등이 주된 관심사이며 실험적 실천을 통해 이 문제들에 접근해 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톡홀름의 무용 대학교에서 안무학을 이끌었고 2011년 『스팽베르크아니즘』을 출간했다. 2015년 포스트댄스 포럼을 개최하고 동일한 제목의 책을 출간하며 무용의 미래에 관한 사유의 변화를 추동했다. 최근에는 생태학과 후기인류세 미학에 관한 작업을 발표하고 있다.
노르웨이 안무가 잉그리 픽스달 팀이 옵/신 페스티벌 2021에서 한국의 퍼포머들과 함께 선보이게 될 내일의 그림자를 제작하기 위해 무용 워크숍을 갖는다. 작품은 오직 움직이는 몸과 빛으로만 구현된 “사이키델릭 콘서트”이다. 작품에서는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조명과 얼굴을 가린 20명이 몸의 약동으로 사이키델릭한 힙합 비트를 구현한다. 공연에 출연하게 될 20명의 퍼포머는 5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주체로부터 해방된 익명의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동, 더 나아가 그러한 정동의 근감각적 전이 가능성을 실험해본다.
잉그리 픽스달은 오슬로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의 안무가다. 오슬로국립예술아카데미에서 정동의 안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트인간중심주의, 반식민주의, 페미니즘의 접근법으로 안무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공동미래(CoFUTURES)”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쿤스텐페스티벌, 팔레드도쿄, 시카고컨템포러리아트 뮤지엄, 베이징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여름 페스티벌 등 세계의 대표적인 페스티벌, 극장,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4회의 워크숍을 통해 예술의 역할과 춤의 잠재성에 관한 스팽베르크의 사유를 듣고 함께 토론한다. 생태위기를 비롯하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상황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정치적 표어나 사회참여의 형태로 회귀하지 않으면서도 정치적 역량을 지닐 수 있는지 질문한다. 사변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미적 경험이 이미 자본에 포획된 모든 다른 경험과는 달리 어떻게 ‘아직은 그 무엇도 아닌 것’으로서의 우발성을 발생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특히 이와 같은 “사변적 미학”이 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살핀다.
마텐 스팽베르크는 건축, 시각예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무용 이론가다. 확장된 영역에서의 안무, 다양한 형식과 표현을 통한 안무의 실험적 실천 등이 주된 관심사이며 실험적 실천을 통해 이 문제들에 접근해 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톡홀름의 무용 대학교에서 안무학을 이끌었고 2011년 『스팽베르크아니즘』을 출간했다. 2015년 포스트댄스 포럼을 개최하고 동일한 제목의 책을 출간하며 무용의 미래에 관한 사유의 변화를 추동했다. 최근에는 생태학과 후기인류세 미학에 관한 작업을 발표하고 있다.
임고은 작가는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 속에서 야생을 회복하기 위한 시적인 영상 언어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몰두해왔다. 본 워크숍은 100여 명의 낯선 사람들이 “다원우주(pluriverse)”를 상상하며 만든 어느 사전에서 출발한다. 각자 극장을 방문하게 될 워크숍 참여자들은 이 사전에 실린 이야기 생물 하나를 골라 자신의 언어로 다시 써본다. 이렇게 빚어진 말들은 흙과 야생화 씨앗에 섞여 씨앗 폭탄의 형태로 세상에 뿌려지고 곤충과 함께 싹트고 동물과 함께 자라나게 될 것이다. 곤충과 동식물을 위한 돌봄의 집을 함께 짓는 이 과정은 보다 다원적인 세계들을 상상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시도다.
임고은은 서울과 암스테르담에서 영상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영화제와 전시를 통해 활동해 왔으며 대표적으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유럽미디어아트페스티벌, 남아프리카 국립미술관, 산티아고 국립현대 미술관, 카지노 룩셈부르크 현대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르코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상영 및 전시한 바 있다.
예술은 초월적인 실체가 아니라 열려있는 사회적 실천이다. 그런 이유로 예술의 해석은 언제나 그 최종심급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빠져나온다. 세계의 전개와 변화에 따라, 예술 아닌 것들과의 관계 하에서 맥락화될 때 비로소 예술은 그 직접성의 지반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것으로서 구제된다. 본 강연은 마르크스주의 문예이론의 역사를 재방문하며, 그들 각각이 어떻게 예술과 미라는 부분을 전체 사회의 체계 속에서 내속화하였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상이한 변증법적 모델들을 일별함으로써, 우리는 동시대 예술을 비판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유효한 준거들을 추려볼 수 있을 것이다.
1강(8월7일) 시의 기원과 진리, 그리고 시의 전개
2강(8월14일) 전형과 미메시스: 낙관과 회의의 변증법
3강(8월21일) 역사적 단절로서의 알레고리
4강(9월4일) 혁명의 원천으로서의 상상력
5강(9월11일) 예술(문학)의 종언 혹은 지속
6강(9월18일) 모순과 예술: 상징적인 행위로서의 서사
오늘날 포스트댄스 경향의 선두주자인 마텐 스팽베르크가 한국의 퍼포머들과 함께 선보이게 될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무용 워크숍을 갖는다. 본 워크숍은 마텐 스팽베르크가 한국의 퍼포머들과 선보이게 될 작품을 함께 제작하기 위한 무용 워크숍이다.
암실은 신체라는 어두운 공간 속에 머물며 아주 조금씩 감각을 열어 세계를 현상해보는 어느 관찰자의 이야기다. 그는 세계로부터 눈을 감고, 모든 감각의 문을 닫은 채, 신체라는 암실 속에 고립하여 곧 재현될 세계의 모습을 기다리고, 숙고한다. 그곳은 현실이라는 감각이 생산되는 장으로서의 신체, 통제 불가능한 이미지가 인출되는 공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어둠과 침묵의 세계다.
해상운송의 현장인 항만은 보안구역으로 엄격히 차단돼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절대로 알 수도 볼 수도 없다. 해상운송의 바다는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가 볼 수 없는 평행우주다. 인천항 1,2,3,4,5,6,7부두, 부산항 4,5,6,7,8부두와 신항만, 그리고 항만 주변의 해역이 그곳이다. 해상운송의 현장을 엿보고 구해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다에 대한 얘기를 펼친다.
호루이안은 중화권 섬유 산업의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다룬 영화 3부작을 제작 중이다. 이 연작은 역사적 전환기에 사회경제 체제가 바뀌며 변화한 노동, 자본, 기술 환경을 다룬다.
이 중 두 번째 작품인 라이닝은 공산주의 집권 이전 홍콩으로 이주한 상하이의 면직 공장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경제 개혁 시기를 거쳐 홍콩의 산업 기반이 다시 중국으로 송환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또한 중국의 경제 개혁 이전부터 존재했던 홍콩과 중국 본토의 물적 교류망을 추적하고, 산업의 중심지에서 금융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홍콩을 그린다.
학생의 몸은 학생이라는 형상을 통해 아시아의 자본주의적 근대화 역사에 접근한다. 호루이안은 ‘학생’을 ‘기적적인’ 발전과 위기, 회복의 시기를 연이어 겪어 온 아시아의 ‘몸 정치’를 대변하는 존재로 상정한다. 정치학자 차머스 존슨은 전후 일본을 미국이 보는 ‘자본주의 최고의 모범생’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 학생은 길거리에 쓰러진 시위 학생의 시체로 변해 있다. 학생의 몸은 아시아의 매 역사적 변곡점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환생하며 통념적인 역사 분석 방식을 전복한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재커리 폼왈트는 자본주의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자본 자체는 재현될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하여, 영화와 사진 등의 재현 매체가 기능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는다.
신작 산업, 그리고 그 대체 불가능한 매체들은 산업 자본주의가 추상화하고자 했던 매체의 역사를 소환하고 숨겨진 근원을 추적한다. 죽은 동물의 몸은 움직이는 이미지의 숨겨진 근원이다. 아날로그 필름은 도축된 소의 몸으로부터 유래한 젤라틴에 의해 유지된다. 필름을 볼 때마다 우리는 사실상 보는 행위로부터 구조적으로 제외된 동물을 보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지 자체가 유예된 바로 그 매체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각지대로 우리의 관심을 돌림으로써 폼왈트는 육류 산업, 그리고 그 근간인 공산품과 공정 과정, 이를 끊임없이 감추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결국 우리를 끌고 간다. 만약 동물의 유골이 필름의 기원으로 밝혀진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대량 생산의 시초에 대한 위협으로 작동할 것이다. 소들이 필름의 결합 재료가 되기 위해 분해된 바로 그 도축장이 헨리 포드가 자동차 조립 라인을 발명하도록 영감을 준 곳이다.
옵/신 스페이스: 포커스는 고유한 관점과 형식을 찾아가는 다음 세대 작가에 주목한다. 다음 세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전문가와 동료 예술가에게 소개하여 이들이 새로운 경로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다.
창작자이자 연주자인 백다솜은 한국 전통악기와 목소리를 재료로 작업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 국악과 서양음악과 같은 구분에 천착하는 대신 그 모두를 넘나들며 여러 질감의 소리 재료를 발견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둔다. 하나의 악기 안에서도 호흡과 주법을 변형해가며 새로운 소리의 가닥을 뽑아내고, 이를 서로 엮고 겹겹이 쌓으며 자신이 그리고 싶은 풍경을 그려 나간다. 그에게 있어서 음악은 또 다른 재현의 수단이 아니라 듣는 이가 저마다 다르게 감각하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열어주는 매개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소리라는 재료에 대한 관점이 작가 안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여 음악 작업으로 전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들려준다.
‹1› 8시간
‹2› 2시간30분
‹3› 15분
정여름은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2019)과 긴 복도(2021)에서 폐허가 된 미군기지를 수색하며 장소와 기억, 위장과 출몰의 관계를 다루었다. 그의 신작 천부적 증인께(2021)는 가자 지구 공습 이후 3개월 동안 거주민들이 업로드한 실시간 이미지를 미행한다. 찍히는 순간 생생함이 사라지는 초 단위의 이미지들은 보는 이의 기대와는 달리 하나의 폭력적인 현실을 응축해내지 못하고, 되려 현실을 여러 겹으로 덧씌우는 납작한 파편이 된다. 미행자의 심장이 뛰는 유일한 순간은 아주 드물게 현실이 상상의 증거로 맞아떨어질 때다. 작품은 정적인 풍경 속에서 폭격의 단서를 부단히 찾으려는 미행자의 도착적인 응시와, 스크린으로 납작하게 매개된 시각 정보 간의 공모 관계를 들여다본다.
한수지는 스크린 뒤의 공간을 “Flattened Flat Space”라 칭하며 그 공간의 시차, 차원의 흐름을 탐구한다. 그는 이 공간을 물리학, 해양생물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경로로 관찰하는데, 이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완전한 이해나 통찰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유사 과학에 가까운 상상과 오역을 통해 이 공간에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대면하고, 연결하고, 융합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4차원 이상의 인터넷 공간에서 살고 있는 데이터 소기관 비트콘드리아가 지구에서 발견되었다.”
작품은 이 가상의 사건에서 출발한다. 비트콘드리아는 디지털의 가장 작은 정보 단위인 비트(bit)와 모든 유기체의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결합하여 탄생한 생물체다. 작가는 이 존재를 단서로 현상을 탐구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예측하고,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 디지털 공간에 관한 질문들을 풀어나간다.
35분(매 시각 정시 상영)
NNK(윤태웅)는 Plastic Bullet Partner(2017) 등의 작품에서 한 개인의 시각적 감각을 통해 소속된 사회의 구조를 파악하려고 시도해왔다. 그는 자신이 속한 주변 환경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미지와 실제 경험 사이의 거리감을 관찰하고, 그러한 괴리를 시각 정보가 아닌 감각으로 전환해낸다. 영상이 언어적 재현, 작가적 진술로 환원되지 않고 그 자체만의 매체적 당위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가운데, 시간을 중요한 실마리로 삼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개인전 Material Evidence에서는 텅 빈 공간에 시간을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지우거나 뒤섞을 수 있는 영상 매체의 잠재성을 모색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일기를 작업의 형식으로 이용하여 뒤엉킨 시간축을 구성해본다. 시간에서 미끄러진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 사람을 그려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작업은 1980-90년대 홍콩 반환 시기부터 2014년 우산 운동,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를 거쳐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정치사회적 담론을 르포르타주와 대중문화-미디어, 언어의 차원에서 아카이빙하고 해체, 재조립을 거쳐 내러티브와 몽타주한다.
본 작업은 바디우적 의미의 ‘사건’으로서 홍콩의 투쟁에 접근하려 한다. 진리는 투쟁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 모두가 ‘실패와 좌절’이라 이야기하는 현재의 폐허 속에 있다. 이러한 후사건적 주체의 실천으로서 시도하려는 것은, 그것이 멈추며 파열된 지점들의 계보와 연결을 톺아보기 위한 분해와 재조립이다. 요컨대 이 작업은 어떤 결론으로 섣불리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질료들의 충돌과 화합을 통해 과정의 역사를 복원하는 동시에 과거를 현재진행형의 논쟁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꾀한다.
*2022.09.20.화 7:30 pm 작가와의 대화
“정지 비행은 한 위치에 멈춰있기 위한 새의 비행술을 뜻한다. 정지 비행을 위해서는 외부 환경의 인식과 그에 맞는 역학이 필요하다. 하늘에 뜨는 만큼 가라 앉어야 하며 바람에 밀리는 만큼 밀어야 한다.
정지 비행은 정지를 뜻하지 않는다. 정지를 위한 역설적인 움직임. 정지는 이행되기 위한 역설적인 불이행을 뜻한다.
새가 아닌 우리의 정지는 사유를 통해 혹은 그 과정에 시작된다.”
완전한 현실 재현을 목표로 발전하던 매체 기술은 오늘날 현실을 초과한 감각을 생산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명확한 시각성을 뜻하는 해상도는 어느 순간부터 완벽한 재현을 위한 것에서 재현할 수 있는 영역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달하고 있고 그것은 이제 현실에 무엇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이미지를 언어라는 기호의 덩어리로 이해할 때 현실을 구성하는 기호의 종합은 재현된 이미지로 감각하는 현실과 같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를 점멸하는 LED 불빛으로만 이해하기엔 오늘날 ‘현실’은 명확한 경계가 나뉜 용어가 아닌 듯하다. 우리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혹은 온,오프라인이라는 단어로 나뉠 수 없이 여러 영역이 뒤섞여있다. 이를 독자적인 혹은 새로운 ‘현실’ 영역으로 이해해야 할까?. 디지털화된 물질성, 가상적 경험 그리고 어쩌면 허구. 작업은 경계 사이를 정지 비행한다.
*2022.09.20.화 7:30 pm 작가와의 대화
‹지표(Land Mark)›는 한 공간정보 회사에서 머무른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도를 제작하는 회사 내부에서 촬영한 장면들에는 항공촬영된 사진을 기하학적 형상과 수학적 값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기록되었다. 이 장면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도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 과정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드러나는 것은 현실을 모형화하기 위해 현실을 추상해야만 한다는 이미지의 역설일지 모른다.
작업은 이러한 역설을 담지한 컴퓨터 생성 이미지와 그 시각적 표현의 반대편에 영화적 이미지를 놓고 이야기한다. 영화의 역사에서, ‘현실과도 같다’는 말은 현실의 보존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미지를 ‘현실과도 같이’ 보기 위해서는 추상적 값으로 세계를 제작하는 기술적 조건과, 조건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2022.09.20.화 7:30 pm 작가와의 대화
서사를 이어가는 주인공과 달리 익명으로 존재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주로 초점 바깥의 불투명한 존재이며, 별다른 대사없이 한 장면의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는 역할을 행한다. 그들의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활동―움직임은 돋보이지 않는다. 일상적이고 평연하기에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중심에서부터 벗어난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관객은 그들을 응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특별한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들’이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시선을 바라지 않는 무심한 풍경이 된다. 이러한 풍경을 주목하여 반복적으로 관조하다 보면 본래 영화―장면의 맥락과 서사, 영화―이미지의 주체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어느덧 가장자리의 무심한 풍경은 중심의 자리를 지워내고, 예기치 못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와 같은 부재를 직시하며 영상 이미지의 인과 관계에 포획되지 않은 이미지가 가진 우연적인 잠재성을 응시한다.
*2022.09.20.화 7:30 pm 작가와의 대화
옵/신 스페이스의 소극장과 1층 카페 공간을 공연, 연습, 회의, 심의 등의 다양한 용도로 상시 대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