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텐 스팽베르크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이야기 II
  • 스웨덴, 독일
  • 픽션

2024.11.15.금 - 2024.11.24.일


  • 한국어

2022년, 스웨덴 안무가 마텐 스팽베르크는 옵/신 페스티벌의 위촉으로 세 명의 무용수와 두 명의 가수가 참여하는 무용 공연 ‹나는 이들 중 하나를 숨긴다›와 더불어 한 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목표는 춤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통해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빌리 엘리어트›나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의 할리우드 영화처럼 춤에 관한 소설이나 무용수가 등장하는 소설이 아니라 안무가의 관점으로 쓰는 소설. 머스 커닝햄이나 저드슨 처치, 90년대의 농당스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안무가가 쓰는 소설. 이야기도, 등장인물도, ‹벚꽃 동산› 같은 무대도 없고, 서사 전개에도 관심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설인 그런 소설. 흥미진진하거나 액션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 춤을 닮은 소설. 자기 자신을 잊을 수 있는 공간에서 사유나 인상을 통해 읽는 이의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는 소설.

소설은 공연 14일 전부터 하루에 한 편씩 발표되었고, 공연은 일종의 15번째 에피소드가 되었다. 이는 미스터리의 해결이 아니라, 움직임과 시간, 리듬, 그리고 감각들이 얽혀 있는 풍경을 다르게 펼쳐 보이는 것이었다.

어쩌면 여기에 담긴 정치적인 의도는 독자가 동시대 사회가 밤낮으로 눈앞에 쏟아내는 이야기의 홍수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경험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결국에는 어떤 물건을 소비해야 하는지를 정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속편인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이야기 II›가 매일 축제를 동행할 것이다. 그 끝에 공연이 뒤따르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 책은 부재한 춤 또는 사라진 움직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애인을 기다리는 동안 읽을 책, 혹은 어머니를 위해 낭독할 책이 될 것이다.



지원: 베를린 공연예술기금, 렝만스카 문화기금
특별 지원: 필리파 라모스, 포르토 시립갤러리
고마운 사람: 라우라 판테, 실비아 보티롤리, 킴 벤자민, 알레한드라 폼보 수
번역: 김신우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이야기 II
© courtesy of the artist

마텐 스팽베르크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안무가 마텐 스팽베르크는 춤을 만드는 일과 더불어 확장된 실천으로서의 안무에 관심을 둔다. 그 일환으로 영화, 건축, 책, 사회적 안무 등을 만들어왔다. 소설뿐만 아니라 이론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현재 춤과 애도에 관한 책을 마무리 중이다.
옵/신 페스티벌은 그동안 그에게 네 개의 작품을 위촉했으며 그의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24년부터 옵/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