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우리가 어렸을 적, 할머니는 몽상에 빠지지 말라고 했다. “환상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의 것이거든.” 그럴 때면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우리에게 속삭였다. “환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권리란다.”

환상은 알 수 없는 낯선 영토로 길을 열어준다. 어떤 이는 환상을 소원을 비는 일과 같은 것으로 여기지만, 그건 상상이 지닌 변혁의 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세계는 토론이나 협상으로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의 우물 옆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오늘날 요구되는 주의력의 형태나 소셜 미디어, 이머시브 아트, 오토픽션, 셀럽 문화, 심지어는 개인주의와 정체성의 상품화조차 모두 환상을 끝내는 데 복무한다.

우리는 오늘날 환상을 강탈당한 것일까? 현대 사회는 환상을 질식시키려 하는 것일까?

딸과 텔레비전 만화를 보고 나면 둘 다 지쳐버리고 만다. 리듬이 너무 빠르고, 정보의 물살이 너무 세서 환상이 생겨날 틈이 없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영화를 보고 난 뒤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모험을 떠나는 대신, 장면을 재현하는 데에 몰두한다. 정체성과 개인성에 천착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환상을 가질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환상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경제적 이득도 없다. 우리는 점점 더 인공적으로 변하는 세상에 살아가지만, 이상하게도 동시에 사실주의에 집착한다. 세계의 사실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환상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재료 정도로 축소되어 버린다.

공연예술, 더 나아가 예술 전반이 이와 같은 환상의 부패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 아닐까? 시의성을 유지하고, 올바른 질문을 하고, 요구사항들을 충족하는 것에 몰두하느라 말이다. 살아있는 경험에 집중하고, 예술가 개인의 정체성을 홍보하고, 잘 팔리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동안, 예술은 환상과의 접점을 잃어버린 것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의 시기에야말로 우리에게는 환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환상을 펼칠 권리를 되찾고, 포퓰리즘을 피해 다시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

환상은 자아의 표현이 아니다. 환상은 오히려 자아가 구성되는 틈 사이에서 새어 나온다. 환상은 미스터리가 머무는 장소로 길을 내어준다. 환상도 예술도 소통을 의무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통되고 전달되지 않는 것들로 인해 상상이 촉발되고, 새로운 길이 생겨나고, 세계들이 만들어진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소통하지 않는 예술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 반대다. 예술은 그 자체로 무언가가 될 수 있는 힘을 지니며, 환상은 관객에게 단서를 주거나, 질문을 던지거나, 도덕적 방향성을 지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존재한다.

올해 옵/신 페스티벌은 환상에 몰두한다. 작품을 통해 지금의 세계와 그 시공간을 지워내고, 관객을 각자만의 무형의 모험으로 이끄는 예술가들에게 집중한다. 매체와 형식의 다양성을 정치적 저항으로 삼는 작품, 혼자든 함께든 현실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때로는 야생적이며, 압도적인 상상의 여정을 떠나는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프로그램

예약

✳︎ 10.31.금요일 오후 8시, 티켓 오픈!

일정

장소

연락

아카이브

크레디트

  • 예술 감독: 마텐 스팽베르크
  • 매니징 디렉터: 구예나
  • 책임 프로듀서: 이용석
  • 어시스턴트 프로듀서: 김예솔비
  • 홍보 마케팅 매니저: 김지후

  • 그래픽 디자인: 슬기와 민
  • 웹사이트 제작·디자인: 민구홍 매뉴팩처링
  • 서브 디자인: 김국한

  • 번역: 김신우
  • 기록물 촬영: 플레이슈터

  • 음향감독: 임성열 (파랑장레코드)

  • 주최/주관: 옵/신
  •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스웨덴 인스티튜트
  • 공간 협력: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윈드밀, 주렁주렁 영등포점, 엘디케이

2025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축제(유망예술축제) 지원사업 선정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