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자몽, 버스표, 연기, 소리. 소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즉 다른 사물과 다르지 않은 존재인 것처럼 여겨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듀오 호수(HOSOO)는 소리를 개체, 사물, 몸으로 간주하며, 그것을 인간의 선호에 따른 기존의 관계성으로 조직하려는 충동을 유예한다. 이러한 접근은 청자에게 특정한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자신만의 관계를 형성할 자유를 열어낸다. 호수의 확장된 소리는 점진적이고 시간적인 지형들을 빚어내며, 낯선 공간과 신비로운 지표들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소리는 분석, 성찰, 이성을 넘어 신체감각적인 차원에서 듣는 이에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두 연주자는 소리의 성질과 그 시간 너머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호수는 백호현과 변웅수, 두 뮤지션으로 이루어진 앰비언트/실험 음악 듀오다. 정해진 규칙이나 목표 없이 서로 다른 장소에 대한 감각에 따라 즉흥적 협업을 이어간다. 2019년 LA 기반 레이블인 LINE에서 첫 음반 《Mist》를 발매한 후, 헬리콥터 레코즈에서 《SALTLAKE FM》을, 드래곤즈 아이 레코딩즈에서 《Odyssey》를 발매했다.